중국 욕하면 징역?…표현의 자유 어쩌나
[앵커]
어떤 국가에 대해서 근거 없이 악의적으로 모욕하는 건 분명 나쁜 일입니다. 그런데 과연 이게 법으로 막을 일인지, 부작용은 없을지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. 이 문제 신유만 기자와 따져보겠습니다. 신 기자, 이 법의 목적이 소위 '혐중 시위'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있던데 맞습니까?
[기자]
법안의 제안 이유를 설명한 문구를 보겠습니다. 특정 국가나 인종에 대한 혐오 표현과 욕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지만, 그 예시로는 중국에 대한 것만 들고 있는데요. 그래서 혐중 시위를 막기 위한 법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겁니다. 현행법에서 명예훼손과 모욕은 '사람'이 특정돼야 죄를 물을 수 있는데, 특정 '집단'이 당했을 때도 처벌하자는 게 이 개정안의 골자입니다. 이 법안에서는 이를 '허점'으로 규정하고 "혐중 집회 주체자나 참여자들이 악용하고 있다"고 지적하고 있습니다.
[앵커]
과거 반미 집회에서도 과격한 행동이 많이 나왔었는데요, 법이 통과된다면 이런 행위도 처벌 되겠네요?
[기자]
민주노총이 지난해 8월 평택 미군기지 앞에서 시위를 하다 성조기를 찢는 일이 있었고요, 지난 9월 한 시민단체는 트럼프 대통령 얼굴 사진에 망치를 내리치는 퍼포먼스를 했습니다. 맥아더 동상 방화 사건도 몇 번 있었고 미국 대통령들 사진이나 형상을 불태우는 일은 수십 년 동안 반복돼 왔습니다. 법안을 대표 발의한 양부남 의원 측은 "이론상으로는 반미 시위에도 적용할수 있다"고 했습니다.
[앵커]
그런데 개인이 아닌 집단은 "내가 모욕당했다"고 주장할 수가 없잖아요? 어떻게 처벌을 하자는 겁니까?
[기자]
모욕죄는 친고죄라 피해자 고소가 있어야지만 수사 및 처벌이 가능합니다. 명예훼손죄도 반의사불벌죄라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습니다.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반의사불벌죄와 친고죄 규정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합니다. 이 법이 통과된다면 우리나라 수사기관이 임의로 처벌하거나, 누구든 "중국이 모욕당했다"고 고발하기만 하면 말 하고 글 쓴 사람을 처벌할 수 있습니다.
[앵커]
표현의 자유가 침해당할 소지가 있어 보이는데, 법을 만든 의원은 어떤 입장입니까?
[기자]
법안을 대표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은 "명예훼손의 대상을 중국과 중국인에 한정하지 않았다"고 맞섰습니다. 양 의원은 명예훼손죄 중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개정안에 적용하지 않았다며 "입틀막이 아니라는 것"이라고도 했습니다.
한상훈 /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
"집단에 대한 차별이나 혐오의 표현이기 때문에 처벌하는 게 어느 정도는 가능할 수가 있고요. 표현의 자유가 제약될 수가 있다는 점도 있기 때문에 그 양자의 조화를 구하는 것이 관건이 될 수 있겠죠."
[앵커]
집회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는 법안이 이거 하나가 아니라던데, 뭐가 또 있나요?
[기자]
지난 10월 초에 민주당 김태년 의원 등이 집회시위법 개정안을 냈는데요, 특정 인종이나 국가 등 집단에 대한 차별, 혐오를 조장하는 집회는 아예 '집회 금지 대상'으로 삼자는 내용입니다.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국가가 특정 집회를 '혐오 집회'로 규정하면 아예 허가를 안 해 줄 수 있게 되는 것이라 더 직접적으로 집회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.
장영수 /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
"애초에 시위를 할 때는 뭔가 불만이 있어서 하고, 타겟층은 특정 집단일 수밖에 없어요. 특정 집단에 대해가지고 비판하는 건 안 된다, 아예 시위 하지 말라는 거지 않습니까?"
[앵커]
아무리 선한 의도라도 자유의 제한은 극도로 신중히 해야 합니다. 그런데 지금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들은 그 의도의 순수성에도 의문이 드는군요. 신 기자, 잘 들었습니다.